6월 21일 오후, 태국 관광경찰과 이민국, 방라뭉 경찰은 주태국 한국대사관의 긴급 요청을 받고 파타야 방라뭉의 고급 풀빌라를 급습했다. 대사관은 한국인 남성이 납치돼 해당 빌라에 감금돼 있다는 첩보를 경찰에 전달했다.


경찰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 빌라 내부에는 20여 명의 남성이 컴퓨터 앞에 앉아 있었으며, 경찰이 진입하자 일부는 2층에서 뛰어내리는 등 극렬히 도주를 시도했다. 이 과정에서 한 명은 중상을 입었으나, 현장에 있던 모든 용의자가 체포됐다.


압수수색 결과, 풀빌라 내부에는 30여 대의 데스크탑과 노트북, 40여 대의 휴대전화, 인터넷 라우터, 그리고 한국어로 작성된 화이트보드가 발견됐다. 화이트보드에는 투자사기, 로맨스 스캠(연애 빙자 사기)에 사용되는 대화 스크립트와 투자 유인 문구가 적혀 있었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이 조직은 한국 내 피해자들을 대상으로 인터넷 전화와 메신저를 통해 불법 대출, 투자 사기, 연애 빙자 사기(로맨스 스캠) 등을 벌였다. 피해자들에게는 허위 연애 관계를 맺은 뒤 주식·가상자산 투자 등을 빙자해 송금을 유도하는 수법이 주로 사용됐다.


현장에서 구출된 한국인 남성은 이 조직에 의해 납치돼 강제로 온라인 사기 범죄에 동원된 것으로 확인됐다. 그는 가족에게 연락해 도움을 요청했고, 아버지가 사기일 가능성을 우려해 한국대사관에 신고하면서 경찰이 신속히 출동하게 됐다.


경찰은 압수된 컴퓨터, 휴대전화, 각종 장비에서 디지털 증거와 DNA, 지문 등을 확보해 범죄 연관성을 분석 중이다. 용의자들은 태국법상 범죄조직(ang yee) 참여, 불법 취업, 이민법 위반 등 혐의로 처벌받을 예정이다. 일부 용의자는 불법 입국 사실도 드러났다.

경찰은 이번 사건이 태국이 국제 사이버범죄 조직의 거점으로 악용되는 사례임을 재확인하며, 외국인 범죄조직에 대한 단속을 더욱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풀빌라 인근 주민들은 평소에도 잦은 언쟁과 비명, 고성 등 수상한 낌새를 느꼈다고 진술했다. 이번 사건은 태국 내 외국인 조직 범죄의 심각성을 다시 한 번 드러낸 사례로 평가된다.